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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ㅠ_ㅠ)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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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 가벼운 종소리가 들렸다. 별 가루를 뭉쳐 흔드는 소리, 새로운 탄생의 소리.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자선의 방울 소리. 니죠 류는 번쩍이는 밤거리를 여느 때와 같이 걸었다. 검은 캡 모자를 뒤집어쓰고 눈 쌓인 호랑가시나무 장식 아래를 지나쳤다.

성탄 전야, 막 열두 시가 지나가는 거리의 전등은 꺼지지 않고 트리 장식들은 눈 아플 정도로 번적거렸다. 많은 청년들이 연인의 손을 잡고 찬 바람에 볼을 붉히고 있었다. 젊은 부부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어린 자식의 손을 꽉 붙잡고 고개 숙여 속삭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재즈 풍의 캐럴이 울리는 거리에서…

용은 외로웠다…….

Happy Merry Christmas!

w.최바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아라.

어린아이들의 합창이 녹음된 거리의 스피커에서 지직대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니죠 류는 한적한 거리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탁, 그는 가벼운 발돋움으로 2층 높이의 난간 위로 올라갔다. 눈 깜박할 사이 그는 저택 위에 서 있었다. 시끄러운 종소리와 웃음소리, 환호와 거리공연. 기쁨의 음성 속에서 창공은 고요했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열띤 축복, 그 예찬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는 붉은 지붕 위에 앉아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야옹.

그가 앉은 붉은 지붕 끝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붉은 지붕의 고양이… 그는 당돌한 걸음으로 그의 앞까지 다가온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손을 내밀자 냄새를 맡았다. 그러니까 이 자리는 이 고양이의 영역이자 집이었다.

“조금만 나누어 쓰지. 금방 갈 거야.”

고르륵 소리를 내던 고양이는 그가 먹을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내민 손등에 볼을 문지르던 동작을 멈췄다. 매몰차게 고개를 돌리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뒷다리로 머리를 긁었다.

탈탈, 뒷발로 지붕을 두드리는 일정한 소음만 남았다. 니죠 류는 저 멀리서 아직 불 끄지 않은 가정집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양말을 걸어 두었는지 밝은 빛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흔들렸다. 산타클로스. 그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왼 얼굴이 약간 느슨해졌다.

“어렸을 땐 나도 산타가 있다고 생각했지. 매년 성탄마다 생각했다. 왜 선물을 주지 않을까, 착한 아이로 있었는데.”

야아옹. 몸단장을 마친 고양이가 지붕 위로 늘어졌다.

“언제였던가. 성탄 전야, 밤에 나갔던 기억이 난다. 다른 집 지붕 위에 앉아서 기다렸어. 이 집에 있는 어린애가 나보다 착한 아이길 기대하면서.”

겨울바람에 길게 늘어진 앞머리가 흔들렸다. 그는 불편한 모자를 벗어 그의 왼쪽에 내려놓았다. 옆으로 몸을 기울이자 나른하게 누운 고양이가 다리를 세웠다.

“어땠을 것 같나?”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킁, 촉촉한 코가 손끝에 맞닿았다. 귀엽군. 용에게 혼잣말하는 취미는 없었다. 다만, 자리를 차지한 객이 무뚝뚝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날 밤을 꼬박 새도 산타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중얼거렸다.

“다른 집 지붕 위를 살펴도 얼씬거리는 그림자조차 없었지. 하지만 그 집 아이는 선물을 받았어.”

맑은 밤이었다. 구름 하나 끼지 않은 맑은 밤. 별이 총총 떠 있고,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았다.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별을 달라는 소원은 빈 적 없다.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을 빈 적 없었다.

“멋진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새로운 어린 양이 태어난 날에 축복받았지.”

새롭게 터오는 햇살에 언 몸을 녹이며 창틈 사이로 그 집을 훔쳐봤다. 타들어 가는 난롯불, 마른 장작에 불이 옮겨붙는 소리를 상상했었다. 아늑한 공기와 웃음의 의미를, 그 따스한 시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했었다.

할짝, 검은 고양이가 그의 손끝을 핥았다.

“이런, 위로해주는 건가? 괜찮다.”

그는 가까이 다가온 고양이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반죽 같은 질감의 고양이를 그의 배 위에 얹어 놓고 지붕 위에 누웠다. 애옹, 불만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족을 찾고 있어. 어딘가에 계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분명 살아계셔. 그렇게 믿고 있다.”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긁었다. 작은 머리뼈가 만져졌다. 니죠 류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자신의 상체를 타고 오르는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었다.

그는 가슴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며 자리를 잡던 고양이가 그의 입술을 밟았다. 정리되지 않은 발톱에 뺨 부분에 상처가 났다. 조심해.

“그래, 이쪽, 인사해도 좋아. 내 형제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남은 절단면을 가리켰다. 멀뚱히 서 있던 고양이는 그의 손가락을 물었다. 인사가 과격하군. 형제는 물지 말아줘. 재생하기 어려우니까. 그는 금방 멎고, 아물기 시작한 상처에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그래―

“하고 싶은 것, 만나게 된다면… 역시, 성탄을 같이 보내고 싶다. 그렇게 큰 소원이라고 생각되지 않겠지. 하지만… 아니다. 괜찮아.”

고양이의 눈에 비친 그의 얼굴은, 그 붉은 눈동자는 어느 감정도 담지 못했다. 반사적으로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기묘한 쓸쓸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의 괜찮아, 에 담긴 먹먹함은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채 가라앉았다.

용 자신조차 알지 못한 채. 효성에 대한 기묘한 집착만 안기고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깊은 심해에선 거대한 북소리처럼,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만난 순간 알 수 있어. 느낄 수 있어.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그러기 위해 태어난 거야.

그는 제 가슴팍을 짓누르는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묵직한 무게감과 옅은 온기가 느껴졌다. 적어도 이번 크리스마스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호탕한 미소가 덧그려졌다.

“다음 성탄에는,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네. 그렇지, 형제?”

야아옹, 검은 고양이가 그 위에 늘어져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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